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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밥주발....................

체리딸기 2023. 6. 19. 16:15

예전에는 비가 오면 비를 맞으러 나가기도 했었다
비를 맞으며 걷는 맛을 느낀지도 오래되어
그 맛을 느끼려 여의도로 트레킹을 간다.

 
어렸을 때는 비가 오면 우산을 쓰지 않고 다녔었다.
집에 식구가 많은데 우산이 몇개없어 집안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사람이 우산을 사용하니 6째인 나는 거의 우산을
쓰고 다닌적이 없었다.
 
그것이 버릇이 되었는지 집에 우산이 넉넉하게 있는데도
20대가 넘어서도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고 다녔었고,
결혼초기 까지도 소나기가 오면 아내한테 " 비좀 맞고 올께" 하며
온몸이 흠쩍 젖게 비를 맞기도 했었다. 

 

보슬비,   안개비,   안개비,


는개비  (안개비보다 조금 굵은 비),

 

여우비  (맑은 날에 잠깐 내리는 비)

 
톡.톡.톡.......
후드득 후드득 ........


우산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들으며 걸으니 참 좋다.
내 옆에 도도하게 한강이 흐르고,
불빛에 보석 같이 반짝이는 초록의 잔디가 있으니 더 좋다.
 
비와 걷는 데이트를 끝내고 늦은 저녁에 이스리를 벗삼아 한고뿌하는데
정겨운 밥주발이 얌전하게 뚜껑이 덮힌채로 다소곳이 내 앞에 앉아 있다.
 
조상님 제사때 볼수 있는 밥주발.....................
내 앞에 얌전하게 뚜껑이 덮여 있는 스텐밥주발을 보니
왠지 내가 조금 지위가 향상된 느낌과 내가 귀한존재가된 느낌이 든다.
 
집에서도 밥주발에 얌전히 뚜껑이 덮혀있는 밥상을 받아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다 보니 참 신선하고 귀해진 내 자신이 된것 같아 우쭐하다.

물론 식당에서 밥주발이 덮여있는 것을 받기도 하지만

비가 오는 오늘 만큼은 감동이 더 크다.

일반 식당에서의 공기밥보다 큰 밥주발이기 때문이다.

 


불고기를 주발에 넣고 비벼 한웅큼 먹고,
이스리 한고뿌.
 
오징어 볶음에 비벼 크게 한입 먹고,
이스리 두고뿌,
 
청국장에 비벼 후르륵 후르륵 먹고,
이스리 세고뿌,
 
반찬과 모든 국물이 사라지고 밥사발의 밥이 비었다.
바닥에 구멍이 난것도 아닌데................................


일반 공기밥보다 밥주발의 밥이 약 4분의 1에서 5분의 1정도가 더 많은데.....
나는 아직 배고프다.
 
대접을 잘받았다는 느낌으로 먹어서 그런가 보다.
밥주발 하나가 오늘 나의 어깨에 천사표 날개를 달아 주었다.





지금은 1973년 겨울밤................
아버지가 까만 밤과 함께 늦은 퇴근을 한다.
아버지께 아랫목을 내어준 7남매가
아버지 곁에 옹기 종기 모여 앉는다.


어머니는 밥상을 차리고 연탄불로 따뜻해진 아랫목 이불속에서
얌전히 뚜껑이 덮혀있는 밥주발을 꺼내 밥상에 올려 놓는다.
 
딸그락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리면 모락 모락 하얀김이 피어 오른다.
그 하얀김이 사랑이다.......................
오늘따라 아랫목이 더 따뜻하다...................

 

만물은 춤추고 즐기고 노래하라고 있는 것이다.
가치에 대하여 묻지 말라.
무었이 덕(德)이고 무엇이 선(禪)인지 묻지마라,
모든 것을 즐겨라. (禪 어록 17번)
 
 
우리는 어디서 태어 났는가,   

사랑에서.......


우리는 무었으로 자기를 극복하는가,  

사랑으로.......


우리를 항상 결합시키는 것은 무었인가,  

 사랑.............................     (괴테)
 
 
對酒不覺暝    (대주불각명 ; 술을 마시느라 저무는 줄 몰랐더니)
落花盈我衣    (낙화영아의 ; 옷자락에 수북히 떨어진 꽃잎)
醉起步溪月    (취기보계월 ; 취한 걸음 달빛 시내 따라 걸으니)
鳥還人亦稀    (조환인역희 ; 새도 사람도 보이지 않네).   

                                                                                    <이태백.자견>
 
      자견         自遣 ; 스스로 마음을 달랜다.자기 마음의 생각을
                                 구애받지 않고 펴본다.)